요약:블라인드 인터뷰 이자까지 면제하며 중신용자 대출 늘려 신용평가도 잘 안 돼…경기둔화시 우려 플랫폼 장점 살리자니 은행규제 옥죄어 "카카오뱅크는 지금도 비싸요. 제 마음속 목표주가는
블라인드 인터뷰
이자까지 면제하며 중신용자 대출 늘려
신용평가도 잘 안 돼…경기둔화시 우려
플랫폼 장점 살리자니 은행규제 옥죄어 “카카오뱅크는 지금도 비싸요. 제 마음속 목표주가는 1만2000원입니다”(국내 한 펀드매니저 A씨)
상장 첫날 금융 대장주에 등극한 카카오뱅크 (KS:323410). 이후 일 년간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한 채 공모가 밑으로 추락한 상황이다. 보통 애널리스트나 펀드매니저들은 카카오뱅크처럼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진 종목에 대해선 '더 이상 매도의 실익이 없다'고 말하곤 한다. 더 떨어질 가능성보단 소폭이나마 오를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카카오뱅크에 대해선 많은 시장관계자가 '손해 보더라도 지금 파는 게 낫다'고 입을 모았다. 넘버원 금융 플랫폼을 꿈꿨던 카카오뱅크의 문제점을 짚어봤다. “이자 안 받을 테니 제발 빚 내 주세요”카카오뱅크는 지난 3일 2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중저신용자 신용대출이 전체 신용대출의 22.2%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이 수치가 중요한 이유는 카카오뱅크가 중저신용자 대출 등 금융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겠다고 강조하면서 금융당국 인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가 약속했던 중저신용자 대출 비율 30%를 달성하지 않으면 신규 사업에 대한 인가를 내주지 않겠다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이다. 카카오뱅크는 이 비율을 착실히 늘려가고 있다. 문제는 고신용자 대출을 줄이는 방식으로 비율을 늘리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분기 카카오뱅크의 중저신용자 대출은 전 분기 대비 약 2700억원 증가했지만, 고신용자 대출은 6400억원 줄었다. 카카오뱅크는 중저신용자 신용 대출 비율을 늘리기 위해 지난 3월까지만 해도 중저신용자만 이자 면제 이벤트까지 벌여왔다. A씨는 “워낙 영혼까지 끌어다 투자해서 주식이나 코인, 부동산 산 사람이 많다 보니 대출받을 사람은 다 받은 상황이라 이자 면제까지 해주면서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라며 “은행 대출 규제까지 시작돼서 더 늘리기가 쉽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자를 받지 않다 보니 생기는 문제는 또 있다. 신용평가가 제대로 안 된다는 점이다. 카카오뱅크는 중저신용자 대출 비율을 늘리면서도 자체 신용평가모형을 적용해 리스크를 덜어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 금융 업종 애널리스트 B씨는 “이자를 꼬박꼬박 내는지에 대한 기록이 있어야 신용평가도 가능하다”며 “이 이자를 면제해줬으니 신용평가가 잘 될 리가 없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선 카카오뱅크가 경기 둔화 국면에서 가장 위험한 은행이라고 말한다. 펀드매니저 A씨는 “카카오뱅크는 대부분이 신용대출이라 담보가 없다”며 “당장 건전성 지표(2분기 NPL 비율 0.27%)는 좋다고 하지만 경기둔화(리세션)가 오면 회수에 근본적으로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실제 최근 카카오뱅크에서 신용 대출을 받은 사람들의 신용평가 평균점수는 타 은행 대비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만큼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한테도 대출이 나가고 있다는 뜻이다. 더 성장할 구석이 안 보인다 카카오뱅크의 상장 당시 공모 규모(2조1600억원)의 절반 넘는 물량을 가져간 건 외국인(1조366억원)이다. '은행이냐 플랫폼이냐?'라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카카오뱅크가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이 외국인 투자자들이 보낸 뜨거운 호응 때문이었다. A씨는 “핀테크라고 가정을 하면 카카오뱅크가 어마어마하게 좋은 주식인 게, 전 세계에서 이렇게 싸고 흑자 나는 핀테크가 없다”며 “다만 해외투자자들은 카카오뱅크가 이런 심한 규제에 시달릴 줄 몰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플랫폼 측면에서 카카오뱅크가 더 성장할 수 있는 여지가 딱히 보이지 않는단 점이다. 카카오의 고객 베이스가 아무리 좋더라도 결국 다른 은행들과 같은 규제를 받기 때문에 새 수익원 발굴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증권계좌 연계 개설과 신용카드 제휴는 다른 은행들도 하고 있고, 투자 상품을 팔자니 금융소비자법이 강화되면서 쉽지 않은 상황이다. A씨는 “카카오뱅크는 외화 송금할 때 수수료를 적게 받는데 씨티그룹 송금망을 빌리기 때문”이라며 “규모가 커지면 전용망을 다시 만들어야 하는데, 이와 비슷하게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 다 리빌딩해야 하는 회사”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