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올해 하반기 집값은 어떻게 될까. 부동산 전문가들에게 물은 결과 절반 이상은 일각에서 제기하는 집값 바닥론이 시기상조라고 답했다.이유로는 수요자의 구매력이 낮기 때문이란 설명이 가
올해 하반기 집값은 어떻게 될까. 부동산 전문가들에게 물은 결과 절반 이상은 일각에서 제기하는 집값 바닥론이 시기상조라고 답했다.
이유로는 수요자의 구매력이 낮기 때문이란 설명이 가장 많이 언급됐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한 부동산 사무소 앞에 매물 정보를 안내하는 내용의 홍보물이붙어 있다. 최근 이 지역과 더불어 서울 일부 지역의 중급지와 상급지에서 일시적인 집값 상승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사진=이혜진 기자
“상승세 일시적”...전문가 3명 ‘데드캣 바운스’ 언급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최근 서울 일부 지역의 중·상급지에서 집값이 오르긴 했지만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다”며 “집값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특히 많이 꼽는 구매력을 포함해 구매 심리와 거래량, 거래 추세, 전셋값 등 추세적인 가격 회복을 확신할만한 지표는 없는데 반대로 (주택담보대출) 연체율 증가 등 리스크들은 남아있다”고 말했다.
김인만 부동산연구소장은 “수요자들이 집주인들이 원하는 집값을 안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집값이 폭등했는데 그만큼 가진 돈이 없어 못 따라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도 데드캣 바운스(하락장 속 일시적 반등)고 올 하반기에도 금리를 내리면 대기 수요가 유입되며 데드캣 바운스가 일어날 수 있다”며 “금리를 집값 호황기 때 수준으로 계속 내리지는 않을 것이라서 상승세가 나타나도 오래가진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금리가 집값에 선행해 가격에 영향을 준 게 아니라 집값이 떨어져야 하는 상황에서 금리마저 올랐을 뿐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김 소장은 “사람들은 자꾸 금리가 많이 올라서 집값이 떨어졌다고 말하는데 그게 아니라 구매력 등으로 인해 이미 하락할 때가 됐던 상황”이라며 “실제로 과거에도 금리가 높을 때가 있었지만 그 땐 집값이 너무 비싸지 않아서 금리로 인해 가격이 떨어지지 않았다. 현재는 집값이 떨어져야 하는 상황에서 금리까지 올라 구매 심리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한문도 전 연세대학교 금융·부동산학과 교수도 비슷한 견해를 드러냈다.
한 교수는 “보통 주택 거래량 변동은 집값이 움직이기 3~6개월 전 나타나는데 저금리 시대였던 2021년 하반기부터 거래량이 떨어져왔다”며 “금리가 낮아도 집값이 비싸면 요즘처럼 거래 절벽이 생긴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노무현 정부 때도 대출 금리가 지금처럼 5%대였지만 5%의 이자를 내도 집값이 요즘과 같이 부담스러운 수준이 아니었던 데다 실질 임금은 지금과 비슷한 수준이어서 가격이 상승세였다”며 “주택 가격이 급여보다 너무 비싼 점(PIR·Price to Income Ratio·연소득 대비 집값 비율)이 문제다. 노무현 정부 땐 PIR이 지금과 비교해 3분의 2에서 절반 수준에 그쳤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정부가 최근 내놓은 특례보금자리론은 시중 은행의 대출 상품보다 금리 수준이 낮고 소득 제한도 없으니 이를 통해 주택 거래가 크게 늘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이유는 집값이 너무 비싸서 수요자들이 집을 안 사거나 못 사기 때문”이라며 “현재 집값은 데드캣 바운스일 뿐이며 하반기에도 가격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동산 빅데이터 기업인 데이터노우즈의 빅데이터로 분석한 부동산 시장. 평가에 반영하는 8개 지표 중 서울 PIR은 25~40%의 하락 가능성이 예상되는 구간에 있다.자료=데이터노우즈 제공
서울에서 집 사려면 23년간 월급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김기원 데이터노우즈 대표도 현재 상황은 데드캣 바운스이며 하반기에 시장이 대세 하락기로 접어들 것이라고 본다.
김 대표는 “여러 데이터가 데드캣 바운스를 가리키고 있다”며 “이르면 올 여름부터 대세 하락이 시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을 이 같이 보는 이유에 대해선 마찬가지로 구매력을 꼽았다.
그는 “지난 20여년치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과거엔 연봉 협상 시기인 매년 1월과 7월마다 소득이 증가해왔다”며 “그런데 지난해 7월과 올해 1월 20여년 만에 처음으로 소득이 정체됐다”고 했다.
더불어 “현재와 같은 서울 지역 PIR(23.4배, 중위소득 가구가 23년간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지역 내 중간값의 집 한 채를 살 수 있단 뜻)로는 특례보금자리론을 이용해도 집을 사기 어렵다”며 “지역별로 다르지만 집값이 15~40% 떨어져야 매수 매력 구간에 들어간다”고 분석했다.
“‘역전세’ 심화에 집값 하방 압력 더 커질 것” 언급한 전문가들도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집값 하락세가 계속되며 전세보증금이 집값을 웃도는 역전세가 심화될 것이란 점도 언급됐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사업부 팀장은 “하반기에 역전세가 심화되며 발생할 이슈들이 시간을 두고 집값을 현재 수준보다 더 끌어당기는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런 문제가 남아있는 상태에선 최근 서울 아파트 거래량의 증가세가 꾸준한 것도 아니지만 이런 수요가 뒷반침된다 한들 ‘더 지켜보자’는 식으로 매수 심리에 제한이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백광제 교보증권 수석연구원은 “최근 일부 지역의 집값 상승은 기술적인 수준의 급락을 완화할 수준일뿐 의미 있는 반등이 아니다”라며 “일각에서 전세 매물이 줄고 있으니 전셋값이 오르지 않겠냐는 기대가 나오던데, 실제론 매물이 소진된 게 아니라 전세 사기 등으로 경매 건수가 늘어나고 전세에 대한 인기가 떨어지며 집주인이 다음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게 되자 매물이 줄어 나타난 착시 효과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집값과 전셋값은 수도권을 기준으로 2021년 9~10월 고점이었는데 이 때를 기점으로 2년이 지난 뒤인 올 하반기에 돌아오는 전세 만기 연장 매물들에 대해 집주인들이 가격 하락 폭을 감당하기 더 힘들어지며 역전세가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집값 상승’을 예상한 전문가도 있다. 금리와 집값의 상관 관계가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보는 전문가들과 달리 금리 상승세가 꺾인 것이 가격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판단이다. 다만 상승 폭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은 1%대로 저성장의 늪에 빠질 것이고 시중 통화량은 증가하고 있지만 미미한 수준인데다 아직 집값이 비싸다. 바닥이 긴 U자 형태의 욕조처럼 침체가 당분간 나타날 것”이라면서도 “최근 금리가 고점 확인 후 낮아지고 있고 그동안의 지나친 집값 하락에 따른 기술적 반등에 따라 실거래가가 반등하는 신호도 나타나고 있어 급반등까진 아니어도 강보합을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