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금리 상단이 7%대를 기록하며 연고점을 경신했다. 1년이 채 되지 않아 금리 상단이 7%대였던 작년 말 수준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전문가들은 고금리 추세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금리 상단이 7%대를 기록하며 연고점을 경신했다. 1년이 채 되지 않아 금리 상단이 7%대였던 작년 말 수준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전문가들은 고금리 추세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 향후 집값이 하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담대 변동금리(신규코픽스 연동)는 23일을 기준 연 4.56~7.145%다. 금리 상단은 약 9개월만에 7%를 또 넘었다. 하단은 드물게 있던 3%대가 사라졌다.
서울 시내의 한 은행 외벽에 붙은 금리 관련 현수막. 사진=연합뉴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주담대 금리는 정기예금 1년 치 금리와 제일 많이 연동되는데 이게 계속 올라가고 있다”며 “그래서 주담대 금리도 계속 올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전문가들도 주담대의 고금리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데 대해 의견을 모으고 있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고금리 추세가 장기화될 것”이라며 “현재 국내 가계의 부채 수준이 심각한데 향후에는 가계의 신용 리스크가 증가해 금리가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금융 당국에서는 과거와 같은 저금리 기조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린 지난 19일 “레버리지(빚)를 내는 투자자가 많다”며 “예전처럼 (연) 1%대로 기준금리가 떨어질 거라는 생각을 한다면 그 점에 대해 경고를 드린다”고 못박았다.
이 총재는 ‘최근 집값이 많이 오르고 있다’는 일각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일부 지역의 집값은 올랐으나 전체적으로는 하락세가 둔화됐을 뿐 다시 상승하는 추세가 아니란 것이다.
업계 관계자도 “국내 집값 (변동률) 통계들은 매물의 평균 호가가 근거가 되는 경우가 많다”며 “그리고 집주인들이 빨리 처분하기 위해 싸게 내놓은 급매물이 그 가격에 거래되지 않고 경매로 넘어가거나 하면 값싼 매물들의 개수가 줄어 전체 집값이 오르는 효과가 발생한다. 집값 변동률과 별개로 정부가 발표하는 실거래가 지표도 집주인이 신고한 집값이 바로 반영돼 허상이 많을 수 있어 이를 종합하면 실제 집값은 하락세”라고 말했다.
백 연구원은 “지난달까지 수개월간 집값이 상승했다는 통계들은 사실이나 그 정도의 단기간 시세 변동은 실제 플레이어(시장 참여자)들에겐 별 의미가 없다”며 “이런 상승세는 일각에서 말하는 ‘데드 캣 바운스(Dead Cat Bounce∙집값이 바닥 수준으로 떨어진 뒤 단기간 오르는 현상)’가 아닌 기술적 반등에 불과하다. 고양이가 10층에서 8층까지 떨어졌다가 9층까지 올라갔는데 이걸 데드 캣 바운스라고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2017~2023년 4월 주택담보대출 금리 추이. 자료=우리금융연구소
전문가들은 고금리에도 지난 수개월간 통계 상으로 집값이 상승세를 보인 가장 큰 이유가 아파트 전매(轉賣‧산 물건을 되파는 것) 제한 기간 단축 등 국토교통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에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최근 주택 거래량 급감과 아파트 상승거래 비중 감소세 전환 등 부동산 시장이 다시 침체되고 있음을 알리는 지표들이 나타나고 있는 원인도 정부 정책에 있다고 진단하며, 고금리와 당국의 정책을 대표적인 하방 요인으로 꼽는다.
백 연구원은 “지난달부터 특례 보금자리론(정부가 서민들의 내 집 마련 부담을 줄이기 위해 내놓은 금융 상품)과 50년 만기 주담대가 막혔고 정부에서 올해 1월 발표한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의 실거주 의무(2~5년) 폐지 조치가 법제화되지 않아,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를 준 요인들의 유효기간이 지난달 끝났다”며 “게다가 금리도 더 오를 거라 지난 수개월간의 집값 상승세는 빠르면 이달부터 꺾일 것이다. 이런 추세가 통계로 반영되는데 두 달 정도 걸리니 연말엔 하락세가 일반 지표로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 연구위원은 “추석이 지난 뒤 사람들의 소득에 비해 금리가 많이 올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맞추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 등에서는 DSR이 높으면 최소 생계비 정도를 제외한 대부분의 소득으로 원리금을 갚아야 하는 상황으로 간주하는데, 고금리에 집을 산 뒤 갚아야 할 원리금을 내기 더 어려워진 것이다.
또 “정부의 대출 규제가 강화돼 많은 차주가 집을 사려면 기존에 받던 대출이 아닌 일반 대출로 받아야 한다”며 “하지만 고금리에 이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서 최근 주택 거래량이 많이 줄었다”고 했다.
고금리 고착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침체된 부동산 시장이 다시 회복되려면 적어도 2025년은 돼야 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백 연구원은 “지난 1월 정부가 분양 시장을 위해 각종 규제를 풀어준 보이지 않는 목적은 둔촌주공(올림픽파크포레온) 재건축 사업의 정상화에 있고 이 아파트의 입주 예정 시기(2025년 1월)까지는 부동산 시장의 하락 사이클이 유지될 것”이라며 “고금리와 실거주 의무 이런 게 달라지지 않아도 원활하게 입주가 되면 그때를 기점으로 (전국 집값이) 반등할 수도 있다. 다만 추가로 입주자를 모집할 때 들어온 사람들이 과연 실수요자인지 전매를 위해서 들어온 투기 수요인지에 따라 하락세가 입주 시기보다 더 길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