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센터 스냅샷] 장현국 대표의 '희망고문'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가 3분기 미디어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디센터

“위믹스가 상장폐지 될 가능성은 없습니다.”

위믹스가 국내 4대 암호화폐 거래소 유의종목으로 지정되자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기자 간담회를 열고 위믹스의 상폐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했다. 거래소와 많은 소통을 했기에 상폐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 합리적인 추론이라는 당당한 주장도 덧붙였다.

위믹스에 위기 상황이 닥칠 때마다 장 대표는 전면에 나서 화려한 언변을 뽐냈다. 상폐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받아 든 다음날에도 장 대표는 긴급 기자 간담회를 열어 “거래소의 ‘슈퍼 갑질’”이라며 화살을 돌렸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다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장 대표의 기자 간담회 자리는 올해만 해도 다섯 번이다. 사업 뒷단에서 두문불출하는 일반적인 대표들과는 확연히 다른 행보다. ‘삼프로TV’와 ‘김단테’ 등 유명 유튜브 방송에도 거리낌 없이 출연했다.

잘못한 게 없으니 당당하다는 게 그의 논리였다. 장 대표의 대외 활동에 대한 외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내심 그를 든든한 뒷배로 여겼다. 가처분 심리가 있던 날에는 영하 8도의 강추위를 뚫고 장 대표가 ‘갑질’을 저격한 업비트 본사로 향했다. 기자도 불지부식간에 그의 화려한 언변에 감화됐던 듯 하다. 위기의 순간마다 직접 해명에 나서 비판을 감수하는 장 대표는 침몰하는 배를 끝까지 지키는 선장을 연상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위믹스 상폐가 결정된 현재 위믹스 사태를 되돌아보면 아이러니하게도 장 대표의 약속은 항상 반대의 결과를 가져왔다. 오히려 위믹스가 중요한 기로에 놓일 때마다 장 대표의 지나친 호언장담이 독으로 작용했다. 디지털 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는 상폐 사유로 장 대표가 기자 간담회를 통해 “상폐 가능성이 없다”고 수차례 주장한 것이 투자자 보호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었다.

장 대표가 국내 상폐에 대한 대책으로 바이낸스 등 글로벌 거래소와의 상장 논의 사실을 밝힌 것도 역효과를 낼 가능성이 크다. 바이낸스는 거래소 내규 상 비밀 유지 조항을 엄격히 따르기 때문에 상장 논의 사실을 발설한 것이 심사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해외 거래소의 국내 영업이 법적으로 금지된 상황에서 법적 검토에 대한 이야기는 없이 상폐 대응책으로 해외 상장을 내건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신을 믿으라던 선장을 따라 마지막 탈출의 골든타임을 놓친 투자자들은 결국 모든 투자금을 잃게 생겼다. 국내에서 대부분의 거래가 이뤄지던 위믹스가 국내 4대 거래소에서 상폐되자 가격은 최고가 대비 99% 폭락했다.

그런데 배가 침몰하자 배에 남아있을 줄 알았던 선장은 온데간데 없다. 지난 8일 삼프로TV 출연을 약속했던 장 대표는 상폐가 결정되자 심신이 불안하다는 이유로 당일 출연을 고사했다.

투자자들의 허망함과 원성만 남은 모습이다.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유통량 허위 공시다. 위메이드는 근거 없는 희망고문을 멈추고 위믹스 유통량 허위 공시 사유와 경위를 명백히 밝혀야 한다. 그간의 약속이 모두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한 사과와 책임지는 모습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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