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출처=연합뉴스고객이 찾아가지 않은 ‘숨은 보험금’이 12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보험사가 고객에게 미수령 보험금을 제대로 안내하지 않은 탓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출처=연합뉴스
고객이 찾아가지 않은 ‘숨은 보험금’이 12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보험사가 고객에게 미수령 보험금을 제대로 안내하지 않은 탓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사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알리는데도 찾아가지 않고, 고금리 보험상품에 가입했던 고객은 보험금을 일부러 안 찾아가기도 한다는 것이다.
11일 생명·손해보험협회가 황운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미수령 보험금은 12조357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말 미수령 보험금(12조3431억원)에 비해 소폭 늘어난 수치다. 이중 장기 상품이 많아 보험금 금액이 큰 생명보험사의 미수령 보험금 규모(11조8226억원)가 손해보험사(5347억원)보다 압도적으로 컸다.
미수령 보험금의 종류는 중도보험금, 만기보험금, 휴면보험금 등 크게 세 가지다. 중도보험금은 보험 계약 기간 중에 지급 사유가 발생한 보험금이다. 건강진단자금, 자립자금, 배당금 등이 이에 해당한다. 만기보험금은 계약 만기가 도래한 이후부터 소멸시효인 3년 안에 찾아가지 않은 보험금이다. 휴면보험금은 소멸시효 3년이 지나 보험사 또는 서민금융진흥원에서 보관하고 있는 보험금을 말한다.
생보사의 경우 미수령 보험금 중 75% 가량이 중도보험금(8조8915억원)이었다. 과거 판매한 상품에 생존 축하금 등이 많이 포함돼 있었던 영향이다. 만기보험금은 2조3484억원, 휴면보험금은 5827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손해보험사는 만기보험금 3188억원, 휴면보험금 1744억원, 중도보험금 414억원 순으로 규모가 컸다.
점점 쌓이는 미수령 보험금에 금융당국과 생·손보협회는 2017년 숨은 보험금 내역을 조회해 신청할 수 있는 ‘내보험찾아줌’ 사이트를 개설하기도 했다. 이후 6년이 지났지만 효과는 크지 않다. 미수령 보험금 규모는 2017년 2017년 8조48억원에서 지난해 12조3573억원으로 오히려 더 늘어났다.
미수령 보험금, 몰라서 못 찾는다는데
일각에서는 미수령 보험금이 쌓일수록 보험사에 이득이기 때문에 보험사가 이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운하 의원은 “미수령 보험금은 소멸시효 완성으로 지급받지 못할 수 있다”며 “지급되는 이자 또한 공시이율에 비해 적어서 미수령할 경우 보험사에게만 이득이고, 보험소비자에게는 불리한 구조”라고 말했다.
보험업계는 숨은 보험금을 굳이 쌓아 둘 이유가 없다고 반박한다. 미수령 보험금을 고객에게 문자나 우편 등으로 안내하는 데도 돈이 들고, 이자도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보험사 입장에서 득이 될 것이 없다는 설명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고객이 수령하지 않은 보험금이 휴면보험금으로 전환된다고 해도 그 돈이 보험사의 돈으로 인식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등기 우편 발송, 문자 메시지 발송 비용 등 관리 비용이 추가로 들어간다”고 얘기했다.
고객에게 무조건 줘야 하는 돈인 보험금은 보험사의 부채로 적립된다. 보험사가 미수령 보험금을 쌓아 둬도 누릴 수 있는 회계상의 이점이 없는 것이다. 고객이 요청하는 즉시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투자 등을 통해 추가적인 수익을 창출하기도 어려워 사실상 ‘보관만 해 두는 돈’이라는 것이 보험업계의 설명이다.
예금이나 증권보다 계약 기간이 긴 보험상품 특성상 이를 잊고 지내는 고객도 많다. 하지만 보험사가 고객의 계좌로 미수령 보험금을 지급하는 일이 쉽지는 않다. 연금보험의 경우 고객이 청구하지 않아도 보험사가 임의로 만기된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지만, 계약 기간 동안 고객의 계좌번호가 변경되거나 해당 계좌가 비활성화된 경우에는 방법이 마땅치 않다.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가 고객의 계좌로 미수령 보험금을 지급하는 일이) 가능은 하지만 가입 시 최초 동의가 필요하다”며 “길게는 수십 년씩 이어지는 게 보험 계약이다 보니 중간에 고객 정보가 변경되면 이 방법도 사실상 어렵다”고 설명했다.
과거 고금리 보험, 알고도 안 찾아간다
미수령 보험금의 존재를 ‘알지만’ 일부러 안 찾아가는 고객도 있다. 과거 고금리 보험상품에 가입한 경우다. 보험사는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반까지 예정이율 7.5% 내외의 고금리 보험을 판매했다. 그런데 2001년 3월 이전에 체결된 보험 계약은 만기 후에도 3년까지는 약정이율에 1%포인트(p)를 더해 지급하게 돼 있다. 이때 가입한 보험은 3년간 10% 가량의 높은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기 때문에 굳이 빠르게 수령해 갈 필요가 없는 것이다.
다만 2001년 4월 이후 체결된 계약은 이 같은 혜택을 누리기 어렵다. 현행 규정은 고객이 청구하지 않은 중도보험금, 만기보험금 등에 대한 지연 이자를 기간에 따라 계산한다. 만기부터 1년까지는 평균공시이율의 절반, 1년을 초과한 기간에는 고정금리 1%가 적용된다. 휴면보험금으로 분류되면 이자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되도록 빨리 찾아가는 것이 유리하다.
일정 기간이 지나 서민금융진흥원에 출연된 휴면보험금은 서금원에 신청해 찾아갈 수 있다. 1000만원 이하의 금액은 서민금융진흥원 모바일 앱, ‘휴면예금 찾아줌’ 홈페이지 등을 통해 환급받을 수 있다. 단 1000만원을 초과하는 휴면예금을 찾으려면 해당 금융사의 영업점 또는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를 방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