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서울 송파·강남 일대 아파트 전경. 사진=연합뉴스국내 16위 건설사인 태영건설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을 갚지 못해 워크아웃(기업구조 개선작업)을 28일 신청했다.
국내 16위 건설사인 태영건설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을 갚지 못해 워크아웃(기업구조 개선작업)을 28일 신청했다. 워크아웃의 방아쇠를 당긴 것은 이날 만기가 돌아온 서울 성수동 사업장 PF 대출이다. 이에 더불어 줄줄이 만기가 도래하는 PF 대출 또한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으로 풀이된다.
시장은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에 대해 ‘예상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날 만기가 돌아온 480억원 규모의 성수동 오피스2 빌딩 PF 만기 연장이 불발될 가능성이 커진 데다가 다른 대출의 만기가 줄줄이 돌아오고 있어서다.
당장은 태영건설이 보유한 현금으로 성수동 사업장과 관련한 대출금을 상환할 수 있다고 해도, 태영건설이 이달까지 갚아야 하는 PF 대출 규모는 3956억원에 달한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내년 1분기 만기가 도래하는 태영건설의 PF 보증 규모는 무려 4361억원이다. 이어 2분기 1760억원, 3분기 1861억원 등이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것은 결국 부동산 PF에 따른 채무 문제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태영건설의 올해 3분기 말 장기차입금 총액은 1조4942억원, 단기차입금 총액은 6608억원이다.
장기차입금에는 일반·시설자금 대출과 함께 부동산 PF 대출이 포함된다. 태영건설은 올해 1~3분기 978억원(별도 기준)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부동산 PF 부실 문제 등으로 인해 부채비율은 478.7%를 기록했다.
PF 우발채무 규모도 만만치 않다. 우발채무는 시행사 부도 등으로 인해 부동산 사업이 진행되지 않을 경우 시공사가 실제로 떠안게 되는 채무를 말한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3분기 말 기준 태영건설이 보증한 순수 부동산 PF 잔액(3조2000억원) 가운데 7200억원을 우발채무로 추산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차환이 필요한 태영건설의 우발채무 규모를 1조2565억원으로 봤다. 시발점은 만기 연장 여부가 불분명해진 성수동 PF였지만, 불어난 PF 채무로 인해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이 불가피했던 것으로 보인다.
태영건설 (KS:)의 워크아웃 신청에 따라 주요 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이날 오전 채권자협의회 소집에 나섰다. 산업은행을 중심으로 태영건설에 대출을 내준 금융기관들이 모인 채권자협의회는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워크아웃은 채권단 75%(채권액 기준) 이상 동의를 받아 일시적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는 기업에 만기 연장, 자금 지급 등을 해 주는 제도다.
협의회는 태영건설이 내놓은 자구안에 따라 워크아웃 지원 여부를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는 통상 채권 행사 유예, 원리금 탕감 등을 수반하는 구조 조정이 추진된다. 금융기관들은 태영건설에 빌려준 대출금에 대해 일부 손실을 볼 수도 있다.
성수동 PF 대주단 고위 관계자는 “(문제가) 잘 풀리기를 기다리고 있다”며 “(성수동 사업장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외부 분위기가 어려운데 만기가 먼저 돌아오는 등 시기적으로 좋지 않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권은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이 금융권에 미칠 파장을 주시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PF 대출 1500억원과 단기차입금 100억원 등 1600억원, 기업은행은 PF 대출 997억원, 우리은행은 단기차입금 720억원을 태영건설에 각각 빌려줬다.
신한은행은 PF 대출 436억원과 단기차입금 200억원 등 636억원을, 하나은행은 PF 대출 169억원과 단기차입금 450억원 등 619억원을 각각 대출해 준 상태다.
다만 가장 많은 PF 대출 채권을 가진 국민은행은 “주택도시보증공사 보증서를 100% 담보로 임대주택 개발사업을 하는 태영건설 계열사에 지급된 PF 대출”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사실상 완공됐고, 분양 계약률도 95% 이상”이라며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이 이 사업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