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이데일리가 2026년 8월 17일 게재한 김태림 변호사의 기고를 바탕으로, 원화 국제화 로드맵이 디지털자산 업계에 던지는 세 가지 시사점을 정리했다. 스테이블코인 규제에 국경 규율 축이 더해지고, 역외원화결제기관 등록 범주가 신설되며, 토큰화 범위는 국채·예금토큰 등 중앙은행 계통 인프라에 한정된다는 내용이다.

지난달 관계 기관 합동으로 발표된 '원화 국제화 로드맵'은 표면적으로 외환 정책 문서다. 그러나 이 문서를 가장 꼼꼼히 읽어야 할 곳 중 하나가 디지털자산 업계라는 지적이 나왔다. 로드맵이 스테이블코인과 토큰화에 관한 규제 설계의 방향을 기존 논의와 다른 각도에서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데일리는 2026년 8월 17일 김태림 AXIS Law 대표변호사·한국웹3블록체인협회 사무총장의 기고 '원화 국제화 로드맵, 디지털자산 업계는 무엇을 읽어야 하나'를 게재했다. 기고는 원화의 국제적 활용도를 끌어올리려는 로드맵의 목적과, 그 안에 담긴 디지털자산 규제의 변화를 짚었다.
기고는 국제결제은행(BIS) 집계 기준 세계 외환거래에서 원화 비중이 1.8%로 12위에 그치고, 스위프트(SWIFT) 결제통화 순위로는 20위권 밖이라고 밝혔다. 실물경제의 위상에 못 미치는 통화의 국제적 활용도를 끌어올리는 것이 문서의 목적이라는 설명이다.
이 로드맵은 지난달 관계 기관 합동으로 발표된 외환 정책 문서다. 앞서 2026년 7월 8일 허장 재정경제부 2차관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원화 국제화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주재하며 로드맵을 논의했고, 금융위원회·한국은행·금융감독원·한국예탁결제원 등 관계자가 참석했다. TF는 원화를 규제통화에서 자유교환통화로 전환한다는 목표 아래 로드맵 전반을 점검하고 외환시장 변동성 증가 등 리스크 대응 방안도 논의했다.
기고는 그동안 원화 스테이블코인 논의가 발행자 규제에 집중돼 있었다고 짚었다. 누가 발행할 수 있는지, 준비금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이용자가 언제 상환받는지가 쟁점이었고, 그 그릇은 국회에서 논의 중인 디지털자산기본법이었다.
로드맵은 여기에 국경 규율이라는 축을 더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국경 간 유출입을 제도화하되, 그 방법은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에 맞춰 외국환거래법 등을 2027년에 개정하는 것이라고 명시했다는 것이다. 기고는 앞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 구조를 설계하려면 발행 인가와 준비금 검토에 더해, 그 코인이 외국환거래법상 지급수단에 해당하는지, 국경을 넘는 이동이 자본거래인지, 신고 의무를 누가 지는지 등의 검토가 반드시 따라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고는 로드맵에서 제도적으로 가장 큰 변화로 '역외원화결제기관' 등록 범주의 신설을 꼽았다. 해외 소재 외국 금융기관이 요건을 갖춰 사전 등록하면, 그 기관을 거친 외국인 간 원화거래는 자본거래 사전신고를 면제받는다. 등록기관은 국내은행에 원화 통합계좌를 열고, 최종 결제는 한국은행이 새로 구축하는 역외원화결제망에서 이뤄진다. 반대로 등록되지 않은 경로에는 현행 규제가 그대로 적용된다.
기고는 이를 두고 규제를 걷어낸 것이 아니라 통로를 지정한 것이며, 사전신고 면제라는 혜택은 거래가 아니라 등록된 기관에 주어진다고 설명했다. 사전신고가 관건인 이유도 제도의 성격에서 드러난다. 외국환거래법은 자본거래 신고를 지급 절차보다 먼저 마치도록 정하고 있어, 결제망이 24시간 돌아가도 그 앞에 신고 절차가 있으면 실시간 이체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고는 로드맵이 한국은행 기관용 CBDC와 연계한 국채 토큰화 실증을 2027년 추진 과제로 담았다고 전했다. 이는 2025년 6월 1단계 실거래 테스트를 마친 프로젝트 한강의 연장선에서, 자산과 대금을 함께 온체인에 올리는 국내 첫 공식 실증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기고는 로드맵의 토큰화 범위가 국채와 예금토큰 등 중앙은행 계통 인프라에 한정되며, 실물자산(RWA) 토큰화 시장이 열린다는 내용은 문서에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난 2월 공포된 전자증권법·자본시장법 개정으로 분산원장이 법적 효력을 갖는 증권계좌부로 인정되고 투자계약증권의 유통을 막던 조항이 사라졌다고 짚었다.
기고는 역외원화결제기관의 등록 요건과 자격 범위, 비은행 사업자의 진입 가능 여부가 8월로 예정된 외국환거래규정 개정에서 비로소 드러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업계는 개정안 확정 전에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제언했다.